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높은 인당 환자 수, 경직된 조직문화, 고강도 업무 등, 많은 선생님들이 임상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죠.
그래서 널스빌리지가 호주, 캐나다, 미국, 일본, 영국, 아랍에미리트, 스웨덴에서 일하고 있는 7명의 간호사 선생님들을 인터뷰했어요. 이 글은 그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해외간호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정리한 내용이에요.
결론부터 말하면, 해외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나라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맞는 게 달라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건 분명히 있을 수 있겠죠!
해외간호사를 꿈꾸기 전에, 왜 지금이 힘든지부터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요. 인터뷰이들이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과 해외를 비교하며 언급한 내용들을 모아봤어요.
"한국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가 1:2 또는 1:3이었는데, 호주 중환자실은 무조건 1:1이에요."
"한국에서는 서울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한 사람당 10명꼴의 환자를 간호했어요. 나이트나 주말에는 20명도 보곤 했어요.
"한국 지방 종합병원에서 3개월 동안 나이트 전담으로 일했을 때, 혼자 80명의 환자 차지를 봐야 했어요."
환자 수가 적다는 건 단순히 '덜 바쁘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환자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생기고, 진짜 간호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간호사가 간호 외의 일을 정말 많이 해요. 인터뷰이들이 해외에서 "안 해도 되는 일"로 언급한 것들을 보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걸 떠안고 있었는지 알 수 있어요.
"한 환자가 입원을 하면, 환자의 정규약을 검사하는 일은 약사의 일이에요. 중심정맥관 삽입은 의사 업무라서 의사가 알아서 물품 준비부터 해야 해요."
"물품 채워주시는 분들이 따로 계시고, 약국에서 수액도 믹스되어 올라와요. 약국에서 환자 개개인 약칸에 약도 다 채워주셔서, 간호사는 약을 확인만 하고 환자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돼요."
해외 간호사 선생님들이 느끼는 문화 차이
"미국에서는 나이와 경력과 성별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고 도와가면서 일해요. 경력이 높다고 해서 더 쉬운 환자를 주지도 않고, 더 어려운 환자를 배정하지도 않아요."
"호주에서는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사용할 수 있어요. 제가 6개월 내에 연차를 사용 안 했다고 신청하라고 하더라고요. 번아웃 올 수 있다고요."
"스웨덴 문화 자체가 '모든 사람의 가치는 동등하다'예요. 그래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요."
해외 간호사 선생님들이 느끼는 간호사의 역할 범위, 결정권
"한국에서는 사실 심음, 폐음, 장음을 듣는 게 의사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국에서 간호사가 매 듀티마다 환자 장음, 폐음, 심음을 기본적으로 들어야 해요."
"승압제를 투약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타겟에 맞춰 의사 지시 없이 간호사 판단하에 용량 조절이 가능해요. 진정제 약 조절과 투약도 간호사 판단하에 가능해요."
해외에서는 휴식 시간이 법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철저하게 지켜져요.
"일하는 동안 공식적으로 1시간 15분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요. 제 환자를 대신해줄 Break nurse가 있기 때문에 편하게 밥을 먹고 쉴 수 있어요."
"휴식 시간은 8시간 근무 시 1시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켜져요."
"잠시라도 휴식을 취해야 실수가 덜 생기고, 맑은 정신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예요."
인터뷰이들이 해외 생활의 장점만 이야기한 건 아니에요. 공통적으로 언급한 어려움들이 있어요.
"가장 큰 단점은 영어가 모국어가 될 수 없다는 점이에요.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데 큰 지장은 없어요. 저도 가끔 broken english 쓰는데 문제없이 일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환자나 동료와 깊은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요. 한국에서 같이 일했던 동기 같은 깊은 우정을 만들기 힘든 것 같아요."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끔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문제없이 대화를 하는 날이 있는 반면에 가끔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영어 약 발음이 한국이랑 달라서 힘든 점도 있었어요."
"언어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모국어만큼의 표현이 어렵고,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모르는 문화를 알게 되고,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돼요."
미국 간호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이 한국에 있어서 가끔은 외로울 때가 있어요. 시차도 안 맞으니 가끔 연락하기도 쉽지가 않아요."
물론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는 상대적으로 낫기도 해요.
"같은 동북아시아에 위치하기 때문에 긴 연휴가 아니어도 비교적 쉽게 한국에 갈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인 것 같아요."
미국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에요.
"급여는 한국에 비해서 많기는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물가가 매우 비싸요. 집값, 기름값, 음식, 자동차 값, 세금 등 거의 탑 수준으로 비싸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에서보다 저축률이 낮은 것 같아요."
영국 간호사 선생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어요.
"타 영어권 국가에 비해 연봉이 적어요. 면허 획득 후 초봉이 £25,000부터 시작하는데, 월급으로 따지면 세후 약 £1,900(약 300만원) 정도예요. 집세를 내고 여행을 다니면 저금은 꿈도 못 꿀 정도예요."
일본과 스웨덴에서 일하려면 영어가 아닌 현지어를 배워야 해요.
"가장 필요한 스펙은 일본어라고 생각해요. 간호사라는 직업은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사람들과 연계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많은 장벽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스웨덴어 유럽언어기준 C를 충족하면 스웨덴 간호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어요. 보통 스웨덴어를 배워서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2~4년이 걸린다고 해요."
이건 한국이나 해외나 마찬가지예요. 호주 간호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호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어느 병원에서, 어느 병동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 것에 따라 직장문화가 달라요."
해외간호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스스로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정리해봤어요.
"왜 해외로 가고 싶은가?"
인터뷰이 선생님들의 동기는 다양했어요.
단순히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원하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영어(또는 현지어)에 얼마나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모든 인터뷰이 선생님들께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시험 점수를 넘는 것과 실제로 일하면서 소통하는 건 다른 문제예요.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현실에서 부딪히는 언어 장벽은 원어민이 아니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어는 잘 하면 잘 할수록 좋아요."
"깊은 인간관계 없이도 괜찮은가?"
호주 간호사 선생님의 말처럼, "한국에서 같이 일했던 동기 같은 깊은 우정을 만들기 힘들" 수 있어요. 가족, 친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도 감안해야 해요.
"힘들면 돌아오지 뭐" 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아랍에미리트 간호사 선생님의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원래 이것저것 해볼까 생각만 하고 실천력이 부족한 사람이었어요. '힘들면 돌아오지 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해외로 나오게 되었어요."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건 뭔가?"
미국간호사 선생님은 이렇게 조언해주셨어요.
"사실 미국간호사가 되는 과정은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쓰게 돼요. 하지만 인생을 길게 바라보고 미국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겠다 다짐하고 달려오신다면, 그 투자와 과정이 결코 후회되지 않을 거라 확신해요."
한 인터뷰이 선생님의 말을 소개해드릴게요.
"간호학생 시절엔 성적이 좋지 않으면, 휴학을 하면, 빅5에 취업을 못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런 줄 알았어요.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꼭 다른 나라에서 간호사를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주위 사람이 뭐라고 하든 여러분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마세요."
해외간호사가 정답은 아니에요. 하지만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해볼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해외가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환경은 어디인가"를 찾는 거예요.
이 글이 그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해외에서 일하고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뷰 시점에 따라 현재의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