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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와와
2년 전

반성문

저는 매일 같이 병원을 출근해요. 매일 같이 똑같은 질환의 환자를 보고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간호를 제공해요. 저에게는 그냥 일상이거든요. 그냥 그런 하루 중에 하나거든요. 오늘은 그 똑같은 일상 중에서 조금 충격을 받아 글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해요.

스테이션에서 신환 환자분께 열심히 설명하고 보내드렸는데 그 말을 뒤에서 엿들으시던 매일 오시는 한 환자분이 제게 다가와서 울먹이면서 말했어요.
“저한테는 그 말을 안 해주셨는데요..? 왜 그분께는 그렇게 다 말해주세요?”
솔직히 별거 아닌 말이었어요. 평소랑 똑같았는데 차별을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의 말에 너무 당황했죠. 교수님도 매주 면담하실 때마다 환자분께 해주시는 기본적인 말이고 저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왜냐면 저는 그런 환자분들을 매일 같이 만나고 매일 똑같은 말을 하니까요. 그중 한 분이라 놓칠 수도 있지, 별로 중요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죄송해요. 제가 놓쳤나 봐요. 환자분들이 많아서.”라고 말씀을 드리고, 환자분은 귀가하셨어요.

근데 저 말이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환자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유방암 환자 특성인 건가. 생각했는데 계속 생각해 보니까 이건 내가 너무 잘못했다.라는 생각에 아차 싶었죠.

나는 매일 하는 일이고, 매일 보는 병의 사람들이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생각해 보면 저는 늘 똑똑하고 멋있는 간호사보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에 맞춰 생각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간호학과에 입학할 때도, 이 병원에 입사할 때도, 대학원에 입학할 때도 면접 때마다 늘 “환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간호사”라는 말을 했는데 정작 이 삶에 익숙해지고 다람쥐 쳇바퀴 돈다고 생각하면서 눈높이는커녕 그냥 매일 보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환자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환자는 지금 인생에서 엄청나게 큰 시련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대한다는 게 그 사람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구나 생각하면서 많이 반성하고 안 그래야겠다 노력했어요. 환자가 저렇게 말했을 때 저의 대처도 굉장히 미숙했던 거죠. 연차가 쌓이면서 일을 하는 간호적 스킬을 늘 지 몰라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멀어져 가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그러지 않았나요? 특히 일이 조금 익숙해지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쯤 3-4년 차부터 시작되는 거 같아요. 저는 이번에 이 환자를 통해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마음을 잊지 않고 환자를 간호하는 우리가 되어요.

부끄럽지만 제 잘못을 이렇게 고해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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