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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10월 8일

퇴사 후 반추해 보는 기억에 남는 환자들: 감동편🩷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터 샤이입니다🩷

오늘은 퇴사 후에도, 앞으로 임상을 지켜나가면서도 계속 기억에 남을 환자분들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ɞ̴̶̷ ·̮ ɞ̴̶̷⸝⸝

임상에 계신 널스빌리지 선생님들께서도 다양한 환자들을 보면서 감동, 분노, 억울함 등등 여러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끼고 계시죠?

저 역시 그랬었는데, 퇴사하고 나와 보니 그런 감정이 남겨진 경험들은 특히나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저에게 큰 감동을 주시고 마음 따뜻해졌던 감동 편부터 시작해 볼게요!

이 분은 감동뿐만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제 마음가짐에 변화를 가져다 주신 분이었어요.
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 많아 봐야 7~8명의 환자를 보다가 10~13명의 환자를 봐야 하는 일반 병동에서 독립한 후, 쏟아지는 업무에 치여 제가 추구했던 친절하고, 다정하고, 의지가 되는 간호사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요.
전인적 간호보다 당장 눈앞의 일 하나하나를 처리하기에 급급해서 친절은 어느새 뒷전이 되어 있었죠 🥲
그러다 보니 컴플레인이 많은 환자가 있으면 업무 딜레이 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곤 했는데, 이 분이 컴플레인이 참 많았어요.
지속적으로 원인 불명의 복통을 호소하셔서 계속 제 담당 팀에 깔려 계셨는데, 배가 아프다, 메스껍다, TPN 냄새가 역하다, 주사 부위가 아프다 등등… 덕분에 제가 근무할 때 저희 팀 콜벨이 쉴 틈이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지금 당장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문제라도 일단 들어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르실 때마다 달려갔었어요.
그러면서 업무 딜레이에 지쳐 짜증을 내기도 하고, 환자가 아니라 아빠께 투정 부리듯이 굴기도 했었죠.
그런데 며칠 후에 데이 선생님께 이브닝 인계를 받던 와중 또 콜벨이 울렸어요.
데이 선생님은 인계 다 듣고 가라 하셨고, 한참 만에 인계를 마치고 가 보니 환자분께서 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셨어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인상깊었죠.

“이제야 내가 원하던 사람이 왔다. 항상 내가 부르면 달려와서 내 이야기를 들어 주더라. 감사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일에 치여 그러지 못하고 있었던 현실로부터 오는 환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난 제게 감사를 느껴 주신 환자분께 감사, 짜증과 투정이 섞인 대응조차 감사하게 받아들이실 만큼 간호사의 친절을 경험해보지 못하신 환자분께 죄송한 마음까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제게 입원 환자 간식으로 나온 두유를 건네주시던 웃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결국 두유를 받아들고 스테이션에 나와 울면서 라운딩 차팅을 넣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경험은 제가 어떤 간호사가 되어야 하는지 태도에서부터 변화를 가져다 주었어요.
저는 열 명이 넘는 환자를 보는데다 너무 바쁘기 때문에 제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환자분께는 크게 와 닿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간호사들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불러도 오지도 않던데 이 간호사는 내 말이라도 들어 주네? 친절하다! 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진짜 친절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졌어요.
그 이후로도 그 환자분을 포함해 다른 분들께도 최대한 마음을 다잡고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친절을 다했고, 많은 환자분들께서 감사를 표현해 주셨어요. 인간적으로도 많이 가까워졌고요.

제게 큰 깨달음을 주신 환자분께서는 복통 증상이 많이 완화되어 퇴원하셨고, 저는 친절 간호사로 뽑히게 되었답니다.

지금 임상에 계신 선생님들도 정말 많이 몸과 마음이 지쳐 스스로를 돌보기에도 벅차 친절을 전하기가 어려우실 거예요.

그럴 때는 그냥 나는 간호사고 저 사람은 환자다, 가 아니라 내 부모님, 하다못해 삼촌, 이모 정도로 생각하면 친절이 훨씬 쉬워지더라구요.

적어도 저 환자를 대하는 내 모습에서 후회가 남지 않기를 바라게 되니까요.

무조건 생글생글 웃고, 안 되면 되게 하고, 오냐오냐 해 주는 게 아니라 살갑고 정겨운 정도여도 환자분들께는 큰 힘이 될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잊지 말자구요 *ฅ́˘ฅ̀*)🩷

감동 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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