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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와와
인증이웃
11월 18일

힘든 분들 화이팅하길 바래요.

글들 보면서 힘들어하는 간호사님들이 많아 안타깝기도 하고,
저도 하고 있으니 다들 더 잘할텐데 본인들의 능력을 조금 더 믿어봤으면 싶었어요.
저는 8년차 간호사입니다.
간호사의 큰 뜻이 있어 입학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듯 성적에 맞춰 취업이 잘되서 입학했습니다. 환자에 감정이입이 심해 실습 때마다 담당지도 교수에게 불려가서
‘너는 간호사 하면 안되겠다’ 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구요. 다들 제가 간호사 한다고 했을 때 겁도 많고 눈물도 많고 멘탈도 약해 할 수 없을거라고 했고
저 또한 저를 믿지 않았어요.ㅋㅋㅋ

열심히 일은 하는데 인계 때마다 인계 할 거리가 하나도 없을 때는 서럽고 억울하기도 하고 제대로 인계도 못해 우물쭈물하는 형편없는 제 스스로 싫기도 했고,
수술환자가 연달아 밀려오고 일에 정신없이 후달릴때는
지금 열심히 해도 커버칠수 없다는 생각에
일하는 도중에 널싱카를 던져버리고 도망오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바빠 숨쉴 시간도 제대로 없는데 밥은 또 먹어야한다는 병원규칙 때문에 억지로 밥 먹으러 가면 입안에 쑤셔넣기 일쑤고 환자들 I/O 체크하는데 내 I/O는 개무시되고 물한모금 화장실 한번 못갈때도 많았구요.

그래도 이렇게 형편없이 일할 때 그만둔다면 그사람들이 ‘거봐. 쟤 저럴줄 알았어’라고 그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대로 가는게 싫었어요.
최고의 복수는 내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다들 섭섭하고 아쉬워하게 해야겠구나.
할 수 있다! 일 겁나 잘해서 나없으면 빈자리 크게 유능해지자! 하며 힘들 때마다 폭식(ㅋㅋ)과 함께 복수심을 활활 태웠습니다.

정말로 저 입사하고 1년만에 친절간호사 표창도 받고 퇴사할 때 다들 잡았어요.
교수님들도 퇴사한다고 했을 때 덕담해주시고 수선생님도 책과 함께 편지 써주시고 첫병원 선생님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냅니다.

여러 파트에서 일을 하면서 많이 경험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산과에서 일을 하면서 당연히 아이 낳는줄 알았는데 아이 낳는게 그냥 쉬운게 아니였고 그때 산모들이 해맑게 웃으며 나중에 효도하겠죠 하던 짠한 말과 모성애에 대해 존경하게 되기도 하구요.

언제나 좋다는건 아니예요
저 또한 여전히 멘붕오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죠.
돈을 번다는 건, 굳이 간호사라서가 아니라 다 힘든 것 같아요.

현실이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 단단해지고 성숙되어 더욱 빛나는 선생님들이 되기 바래요.그곳이 어느곳이던간에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저또한 화이팅ㅋㅋㅋ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