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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와와
11월 24일

병원에서 얻어 온 내 병균들

병원을 다니면서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잊지 못하는 순간 중에 하나는 환자한테서 병을 옮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병원에 균이 득실거리고 그 균들과 같이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많은 균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요. CRE, CPE, VRE 같은 경우는 뭐.. 그냥 가벼운 친구 정도랄까^_^?!

1. 옴
바쁜 와중에도 환자 체위변경해 주고, 옷 갈아입혀주고, 드레싱 다 해주고 이것저것 다해줬는데 며칠 뒤에 감염관리실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 “선생님.. 옴 접촉하여서요..” 하.. 진짜! 이럴 때마다 굳이 내가 바쁜데도 성심성의껏 다했는데 이러면 좀 현타가 오더라고요. 나랑 같이 접촉하고 생활하고 지내는 내 가족들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흑흑.. 그때부터 괜히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계속 나도 모르게 긁고 있고 ㅋㅋ 이제 또 옴 크림도 발라야 합니다. 옴 크림은 밤에 전신 도포하고 이불 덮고 잔 이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입고 있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은 삶거나 햇볕에 말려줘야 했는데(옴 균들이 밤 동안에 나가서 그 균들을 사멸하기 위해..) 하.. 이걸 어떻게 집에서 하냐고요!! 내 이부자리들.. 그리고 여기에 가족끼리 한 침대에서 같이 잔 사람이 있다면 그 죄책감들까지..!

2. 잠복결핵
호흡기 병동, 감염 병동 같은 경우는 기본이죠..! 결핵환자들이 많은 병동에서는 의심스러운 환자분들이 많다 보니 균에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요..! 맨날 음압방에서 N95 쓰느라 머리는 산발이 되고 얼굴은 엉망이 되고, 그건 둘째치더라도 잠복결핵 검사 주기적으로 하고ㅠㅠ..! 피 뽑고 엑스레이 찍고 그러다 제 동기는 잠복결핵 진단받고 약을 한 주먹 받았을 때 눈물을 광광 흘렸답니다.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인가.. 하면서요.. 진짜 약 때문에 간 안 좋아져서 간장제까지 먹을 땐 더 눈물이 .... 정말 퇴사 생각이 절로 나지요-

그 외에도 플루, 홍역, 니들링, 코로나 등등 정말 많죠..! 우리 환자를 간호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우리 몸도 끝까지 잘 지키면서 해요..! 정말 infection 안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모든 간호사 선생님들 삶의 최전선에서 우리도 지켜가면서 잘 싸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