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DNR 환자
외과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입퇴원을 반복했고, 상태 악화로 병동에서manage가 안되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냈지만, DNR 환자는 처음이었습니다. 인상이 좋으시고 키가 훤칠하신 70대 할아버지셨어요. Bladder cancer로 TURB (경요도 절제술)을 위해 입원했던 날, 아주 정정하시고 온화하셨던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의 크기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크고 위치가 좋지 않아 수술로 완벽하게 제거되지 못했고, 수혈 부작용으로 인해 급격하게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ICUD (회장도관 요로전환술) 까지 진행했지만 암이 순식간에 온 몸에 전이되었습니다. 걸어서 입원하셨지만 어느 순간 와상환자가 되었고 온화하셨던 성격은 예민해져 갔습니다. 가족들은 너무 힘들어했지만 환자의 의지에 따라 DNR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에 둔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4명의 환자를 보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말 한마디를 더 따뜻하게 못한 것, 손을 잡아드리고 보호자의 아픔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것,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보듬어 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됩니다. 근무가 아닌 날에 동기를 통해 임종 소식을 전해 들었고, 한참 울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학생 시절, 전문지식과 더불어 경청과 공감, 전인간호의 중요성을 배우고 실습해왔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의 저는 그저 밀려오는 처방을 쳐내기에 바쁜 기계와 같은 모습이었어요. 좋은 간호사가 되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너무 바빴고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부디 저와 같은 후회를 가지고 살아가는 간호사가 없길, 그러기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적은 환자를 보며 그들에게 더 좋은 간호사로 살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