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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딕킴
삼성서울병원
1년 전

남자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이유


안녕하세요?

MedicKIM 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 신규간호사 시절을 나중에 돌아보면 어떨까 싶어 신규간호사 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블로그 댓글 중 왜 간호학과에 가게되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런 질문을 받으니 옛날의 저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간호사 여러분들은 왜 간호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고3 까지는 친구들이 모두 공대를 가려고 했고, 아버지도 공대 출신이니 저도 당연히 공대에 갈 줄 알았습니다.

사실 전 화학이 재밌어서 화학공학과를 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첫 수능을 망치고 재수학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고등학교 내내 수학에 시간을 들이부었지만 수학에 배신을 당한 전 공대에 가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엉덩이에 피가 날 정도로 공부를 했었는데 항상 수학은 제 발목을 붙잡더라구요.

그러던 중 학원에서 입시설명회를 했는데 마침 간호학과가 나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좋은 대학일수록 간호학과의 성적 컷이 낮아진다 느낌의 설명을 해줬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입시설명회다보니 좀 공격적으로 설명을 해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적을 떠나서 애초에 제 세계관에는 간호학과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사고가 난 느낌이었습니다.

집에가며 곱씹어봐도 간호사는 제 가치관에도 잘 맞는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ㅋ.ㅋ

남을 돕거나 무언가를 가르쳐주는게 좋았는데 간호사를 하면 제 성격과도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학 진학 후 수학을 할 일도 없고, 대학에 가기에도 유리해보였다는 현실적인 생각과

남을 도우며 일하는 건 좋은 일인것 같다, 업무가 루틴할 것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원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전혀 루틴하진 않았지만)

간호학과에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버지에게 천천히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처음엔 아버지도 동의를 해줬으나 막상 원서를 넣을때가 되니 아버지는 마음이 많이 착잡하셨나봅니다.

사실 지금도 남자간호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엔 남자가 간호사를 한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으니까요.

무조건 공대를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에 수시원서를 다시 써야만 했습니다.

시간은 새벽, 원수 접수 마감은 얼마 남지 않았고 스케쥴이 안맞아 결국 4개의 원서를 쓰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운명이었는지 4개의 원서 중 딱 하나만 간호학과를 남겨두게 되었는데 그 원서가 붙게 된거죠.

처음엔 예비번호 4번을 받아 기뻐했는데 2016년에는 추가합격자가 3명밖에 되지 않더라구요.

정말 3수를 해야하나... 싶은 찰나에 운이 좋게도 제가 마지막 간호학과 합격자가 되게 됩니다.

그렇게 전 간호학과 학생이 되었습니다.

입학하고 나서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물론 입학하자마자 도망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었지만(?)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것도 행복했고 동기들과 열심히 논 것도 행복했고

실습을 하면서도 환자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좋았죠.

간호사가 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취업준비도 힘들었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 힘이 났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게 되고 원하는 병원에서 일도 하고 목표한 바를 이뤄낸 것 같아 뿌듯하네요.

물론 지금은 신규간호사이기에 고통스럽지만

이것도 언젠간 이겨낼 수 있고 해뜰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신규간호사 여러분들도 너무 힘이 든다면 앞을 보지 마시고 뒤를 한번 돌아봅시다.

이 길을 걷기로 했던 그 순간, 그 길을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힘든 간호사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