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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
🔥개척단🔥
10월 23일

✈️ 저, 아일랜드 요양원 퇴사합니다 🚨

다들 안녕하신가요?

한국 응급실 간호사 출신으로 아일랜드 요양원에서 healthcare assistant로 일하며 경험담을 공유하는 널스빌리지 크리에이터, 선일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타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이왕이면 전공을 살려 일하고 싶었던 저에게, 아일랜드 carer는 너무나 좋은 기회였어요. 이제야 적응도 거의 끝나고 안정적인 근무를 하려던 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개월만에 그만둘 결심을 하게 된 이유를 공유해볼까 해요.


1. Dementia 환자 care의 어려움

: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는, dementia 환자를 직접 상대하는 일이 적었어요. History 확인 및 내원 동기도 보호자를 통해 확인하고, 검사나 치료에 협조가 어려운 정도의 증상을 보이시는 분은 restraint를 적용하거나 sedation을 시켜서라도 일을 진행시켰으니까요.

요양원은 그런 분들께 최대한 편안한 삶을 누리실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restraint나 sedation은 어렵더군요. 그래서 dementia 날것의 증상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어르고 달래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20명 전후의 대상자들을 혼자 케어하는 것이 너무 벅찼어요.

예를 들면, 취침을 도우려는데 ‘아직 졸리지 않다’부터 시작해서, ‘나는 가족을 기다리는 중이다’라든가 ‘여긴 내 집이 아니다, 나는 집에 가고 싶다. 나를 위해 택시를 잡아줄 수 있겠는가’ 등으로 반응하는 상황이 매일 펼쳐지는 거죠. 어떻게든 달래서 방으로 모셔가서 잘 준비를 도와드리고 나올 때, 뒤에서 따라나오면서 위와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분이 있는데, 정말 그럴 때면 살짝 아득해집니다.🫠


2. 항상 부족한 인력

: 간호사는 어딜 가도 취업을 잘 한다더니, 간호관련직들의 인력이 부족한 게 맞긴 한가봐요. Day 근무를 할 때는 같이 일하는 carer 동료들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마크한다거나 힘을 합쳐 해결한다거나 하다못해 해결 후 하소연을 한다거나 할 수 있어서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요. Night 근무를 할 때는 오로지 혼자 대상자들을 돌보기 때문에 일 자체도 벅찬데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네요. Night 근무를 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혈관이 저린 느낌이 들 정도로 싫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력이 더 부족한지, day 근무 때 3명, 4명 배치하던 병동을 요즘은 2명, 3명으로 줄여버리더라구요. 게다가 제 나이트가 끝날 때쯤 연락이 와서, 데이 근무가 2명이니 남은 시간 동안 데이 업무를 먼저 해줄 수 있겠냐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없는 인력으로 일을 하니, 퇴근 후 확인하는 만보계는 항상 15,000보 정도 나오고요, 최근 족저근막염까지 도져서 신체적으로 휴식이 필요하긴 하더랍니다.


3. 2교대의 힘듦

: 이번 기회에 저 자신에 대해 확실히 배운 것 중 하나는, 2교대 근무가 저에게 너무 과하다는 것입니다. Day 근무는 아침 8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지만, 착착 일하다보면 퇴근 시간이 어느새 다가오고, 다음 날이 오프라면 퇴근 후 친구들과 어울리는 정도의 여유도 가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night 근무를 12시간동안 한다는 것은 정말 체력이 좋지 않은 이상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밤새 대상자가 소란을 피울 적에 30분 정도만 눈을 간신히 붙인 날도 있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선잠을 자니, 자기 전보다 오히려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Night 근무를 하면서는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제대로 내린 날이 적었을 정도예요. 나중에 해외 간호사를 도전하더라도, day keep으로 알아봐야 하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게다가 나이트 수당도 따로 없었어요😡


4. 의지할 동료가 없는 외로움

: 저번에 언급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저희 요양원은 80%가 인도사람이에요. 간호사는 100% 인도사람, 이외 직종 또한 대부분이 인도인에, 10% 정도 브라질 사람, 나머지 10%가 기타 국가 출신입니다. 여기는 아일랜드인데 아이리쉬 동료가 없어요🧐 어딜가나 있다는 중국인도 이곳에는 한 명뿐이구요, 저 또한 유일한 한국인이에요.

아무튼 모든 인종이 고르게 섞여있으면 모르겠지만, 타국에서 한 국가 사람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저희를 앞에 두고 본인들끼리 힌디어로 인계를 주고받고, 대상자나 상황에 대해서 의논을 하는 등의 일이 많았어요. 물론 공식적인 인계나 전달은 모두 영어로 대화했지만, 모든 흐름을 따라갈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보니 같이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친밀감에 제가 포함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이건 문화적인 차이인데요. 여기는 상시로 인력을 모집하기 때문에 ‘동기’라는 개념이 없어요. 아예 동기라는 명목으로 묶일 수 있었다면 저에게도 직장에서 마음 터놓고 의지할 동료가 생길 수 있었을까요?


5.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 아무래도 대상자들이 dementia가 중증이다보니, 공격적인 언어나 행동을 보일 때가 많았어요. 대상자들은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고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직원이 공격을 당했을 때 요양원 측의 대처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예를 들면 저에게 ‘fuxxing Chinese, go back to your country’라고 소리 지르면서 손으로 얼굴을 할퀸 일이 있었는데, 그냥 간호사가 저에게 와서 ’그녀를 더 이상 신경쓰지 말고 네 일을 먼저 해‘라고 말할 뿐이었어요. 그날따라 기분이 안 좋았던 할아버지 대상자가 제 쪽으로 그릇을 던져 깨버린 적도 있었는데,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네가 안 다쳤으면 된 거야‘라고 말하며 넘어갔어요. 저뿐만 아니라 누가 공격을 당해도, 다들 ’여기 맞았다, 긁혔다‘ 정도만 하소연하고 넘어갈 뿐이더라고요. 아이리쉬 간호사 친구에게 이것이 아일랜드의 문화냐고 물어보니, private 기관이기에 그냥 넘어가는 것 같다더군요.


6. 더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

: 이건 상당히 거만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이제 이 곳의 시스템을 알고 적응하니까 크게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이렇게 dementia 환자들의 터무니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기저귀를 갈아주는 반복적인 일만 하기엔 제가 배운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어요.

물론 이 곳에서 제가 더 찾아서 노력한다면 새로운 것을 더 배울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엔 care assistant의 업무 또한 양적으로 많고 지치기 때문에, 또 이 정도의 단계에서 충분히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환경에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워킹홀리데이를 온 목적에서 어긋나고 있음을 깨달음

: 저는 적은 인력, 벅찬 업무, 과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와서도 똑같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업무를 하는 기회를 갖는 일이 참 어렵네요.

아무튼, 저는 한국 간호사 생활을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적당히 월세 내고 주변 국가에 놀러다닐 정도의 돈과 시간만 확보하며 1년간 요양을 해보려던 계획이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그 목적을 찾아 다시 떠나려고 합니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 저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고, 케어 환경에서의 영어 의사소통을 새롭게 많이 알게 된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고요.😎 그리고 해외에서의 간호 업무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 정도면 많이 배웠고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워킹 ‘홀리데이’를 즐기며, 내년 호주간호사를 목표로 준비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너무 끝내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 덧붙이자면, 아직 풀지 못한 응급실 이야기와 요양원 이야기가 잔뜩 있으니, 앞으로도 간호사 선일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그럼 두달간의 제 근무표를 첨부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스테이블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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