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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와와
11월 7일

정신 못 차리고 일못하는 3년차 간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실 2년 임상 병동에서 근무중입니다
1년 대병에서 일하다가 너무 실수가 잦아서 이후 로컬병동 옮긴 후 1년을 곧 채웁니다. 팀간호 경력은 6개월 내외입니다. 대부분을 액팅으로 일했어요. 부끄럽지만 제 못난 모습을 오픈하고 조언을 구합니다.

처음엔 대병이 너무 정신없어서 잘 못배워서/긴장해서 투약 에러를 내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자퇴 후 로컬 들어왔어요. 로컬에서는 좀 제대로 배울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요.

이후 투약에러는 안 치는데(쓰는 약 종류가 한정적으로 줄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자잘한 것(입원차팅/병동 내 약속으로 적어두기로/하기로 한 것들)중 알면서 깜빡하거나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등 제가 평소에 정신을 놓고 일 한다는걸 깨닫게 되었고 끝내 제가 일머리가 없다는걸 알게되었어요.

눈치도 굉장히 없는 편입니다. 모르는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어보고요. 하지만 알려줬는데 깜빡한 것도 있었을테고 상황이 달라져서 혹시나 다르게 대처해야할 것이 있지 않을까, 실수하는 것보단 혼나더라도 물어보고 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물어보는 편입니다. 근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물어보면 아직도 이걸 모르냐/알려줬을텐데 왜 모르냐/그게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 이런 말이 나와요. 앞 뒤로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런 여건이 안되서인지 그런걸 초반에 못 물어봤어요. ㅠㅠ 뒤늦게 알려준대로 하다가 상황이 달라졌는데 왜 이렇게 했냐고 또 혼날 때가 있어요.

왜 나만 힘들까 찾아보니 평소에 집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게으르게 살아서 그런가 일머리를 못 키운 케이스더라구요 저... 루틴을 만들어서 일하는 것도 처음에 잘 못했고 굉장히 산만합니다. 남들 한 번 왔다갈거 두번 세번 왔다가구요 입원 받을 때요. 또 어떤 날은 까먹지 않게 듀티 중 해야되는 일 체크리스트를 했는데도(체크할 때 이게 해당이 되는 사람이 있어서 해야하는지 아닌지 생각하고 체크해야하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해당사항 없다고/무의식적으로/아무 생각 없이 체크 안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본인이 한걸 기억을 못합니다. 머리가 나쁜 건 아닐까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 대학교는 인서울은 아니지만 경기도서 학점 3.9로 졸업했어요. 자랑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래도 공부머리가 없는 편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일머리를 갑자기 만들려고 하니 어렵네요. 사소한 실수를 거의 하루에 한 번이상 꼴로 합니다. 깔끔하게 일처리 하고 싶은데 잘 안돼여ㅠ

병동쌤들도 그런 저를 6개월간 지켜보시더니 이제는 갠톡이 아닌 단톡에 실수를 올릴 때도 있고요. (이름언급이나 심한 욕은 안 하지만) 잦은 실수가 있다보니 화가 나셨는지 저를 대하는 분위기도 많이 쌀쌀 맞아진게 느껴져요. 일 못하는 사람에게 당연한 처사지만 마음이 힘드네요.

일머리를 키우려면 메모하는 습관, 체크하면서 하기 부터 하라고 해서 일하다가 사소한 것들 지적받은거, 어떤 특정상황에서 선생님들이 대처하는 방법/응대 이런거 인계장에 적어뒀다가 휴대폰 메모장에 날짜별로 정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상태로 적어뒀더니 이상허게/나중에 더 헷갈리게 메모해둔것도 있고 그러더라구요)
인계장에도 이따가 뭐 해주세요~ 라는 액팅일도 다 적어놔요. 워치도 틈틈히 알람 맞춰서 두고요. 그런데도 그런 것들로 제 실수가 다 커버가 되지 않더라구요. 워치에 의존하다보니 제 스스로 생각을 안하는건지… 최근에는 워치 맞춰놓긴해도 울리기 전에 최대한 빼먹지 않게 하려고 연습해볼까 생각중이에요 그럼 좀 머릴
ㄹ 계속 신경쓰고 있게 되지 않을까해서요

더 신경쓰고 정신차려야한다는건 알겠는데 지금보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제 친구는 병원에서 실수하면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일해보면 어떠냐고 조언을 해주긴 했는데 제가 너무 안일한지 그런 마음가짐도 쉽게 조성되지 않아요. 지금까지 제 문제를 이렇게까지 오래 놔둔것도 다른 사람도 실수한걸 발견해도 내가 조용히 커버해주면 되니까 내가 실수해도 서로 도와가면서 커버해주는거라고 생각해서 안일하게 생각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ㅠㅠ?? 혹시 저와같던 선생님들이 있으셨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조언이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