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근로자와 언성 높인 썰 그리고 깨달은 것

☺️일주일에 한 편씩 널스빌리지에 글을 쓰는 일도 어느덧 6월부터 매주 하고 있는데요. 몇 개월하다 보니 어느새 소재 걱정도 하게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꾸준히 쓰고, 회고하는 근육을 기르기 위해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쓰다보니 지난 주에는 어떠한 마음이었는지, 지난 일주일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보다 확 느껴지는데요. 일적으로도, 내면적으로, 감정적으로도 힘들게 느껴졌던 일주일이었어요.



🏗️건설업에 종사하다 보면 갖가지 “점검”을 많이 받게 됩니다.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점검 뿐만 아니라, 건축물 종류에 따라서 국토부점검, 노동부점검, 안전보건공단점검 등등 이름 붙이면 되는 각종 점검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당사 타 현장에서 중대재해(근로자 사망사고)가 일어났어요. 노동부 특별점검을 대비해야되는 상황이 닥친 것이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2022.02부터) 중대재해일어난 현장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의 타 현장의 일부는 특별점검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저도 직접 경험해본 점검은 아니지만, 안전보건쪽으로 현장에서 법적으로 잘 준수하고 있는지, 각종 서류들은 맞게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벌금 또는 과태료를 매깁니다. 그래서 굉장히 예민해진 때였어요.



👷🏽‍♀️여느때처럼 오후에 현장에 나가 순회점검을 하고 있는데, 너무 위험하게 사다리가 놓여져 있고 자재 절단하는 장소가 이동통로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협력사 소장님에게, 이동통로에는 안전난간대가 반드시 있어야 되니 이 사다리 치워달라, 그리고 여기 둥근톱으로 자재 절단하는 장소인데 여기 한가운데로 이동하면 되겠냐 이런식으로 얘기를하고 소장님은 알겠다 치우겠다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근로자가 아니 그럼 일하는 사람은 어디로 다니란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저쪽으로 돌아가셔야죠! 받아치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무거운 자재들고 저쪽으로 어떻게 돌아가냐며 얘기하더라고요. 그럼 자재는 여기로 넘기시되, 사람은 저쪽으로 다니세요 얘기하니 말이 안된다며 납득을 못하시더라고요.



🏗️뭐, 건설현장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협력사 소장이나 관리자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이 근로자에게 직접 전파(법적으로도 그들이 의무를 가짐, 안전보건관리자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지도/조언”하는 사람임)하도록 하는데, 옆에서 듣던 근로자는 제 말에 발끈한 겁니다.



😾저도 모르게 욱해서 반장님! 저희 현장 특별점검현장 대상이라구요! 이렇게 이동통로 되어 있으면 협력사 소장님이랑 저희 소장님 다 형사처벌 대상이에요! 자기는 모른다는 식으로 얘기하길래, 저희가 아침조회때마다 목이 터져라 얘기하는데 모르신다고요 이러니까 아침에 종종 늦어서 그렇다, 알겠다 - 하며 마무리하며 대충 넘어갔습니다.



😢유독 이 날은 제가 엄청 감정적이었어요. 그렇게 욱할 일이 아닌데, 특별점검이 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데…



🍎며칠 뒤 그 반장님을 주차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반장님이 먼저 그 때 그 일은 미안하다며 사과하시더라고요. 저는 깜짝 놀랐고 부끄러웠어요. 서로 각자 자기 일 영역이 있는데, 자기가 몰라서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며, 자기가 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저도 연신 아니라며 그땐 제가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죄송하다고 얘기드렸어요.




🙇🏽‍♀️오늘 이 일을 다시금 떠올리는데 역시나 부끄럽더라고요. 그리고 건설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반장님들의 일을 리스펙하는 태도와 마음을 잃지 말아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와 간호사는 돌봄받는 사람과 돌봄주는 사람(제공자)의 역할인데 반해,
🖤건설현장에서 근로자와 산업간호사(보건관리자)는 엄연히 각자의 고유한 영역의 전문가인 거죠. 그들은 10,20,30년 가까이 베테랑 경력을 쌓으면서 일을 해왔고, 저는 그들의 안전보건인식, 문화, 요령들을 업데이트하여 알려주는 역할인 겁니다. 근로자도 현장에 그들의 일을 하러 왔고, 저도 제 일하러 온거니까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 존경하는 태도를 지녀야 겠다고 크게 깨달은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면서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일교차 큰 늦가을(초겨울) 건강관리 잘하시면서 보내세요:)🍂🍁




지금 나의 할 일은 내 나이, 상황, 감정 모두 잊어 버린 채 언젠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부서지고 무너져도 웃어 버리며 다시 만들어가는 끈질김이 내겐 절실하다. 스물 여덟의 프란시스가 그랬듯, 나는 세상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쉬운 천국,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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